'알파세대' 키워드에서 언급했듯이, 요즘 아이들은 8포켓, 10포켓이라 불릴 만큼 예전에 비해 풍족한 환경에서 부족함 없이 양육되는 경우가 많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성장 과정은 사회적 유년화를 부추기는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상 상실'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젖먹이 아기가 어머니로부터 젖을 떼는 과정을 경험하듯, '상실'이란 자신이 모든 것을 가질 수 없으며 부족함이 존재하는 현실을 수용하는 과정이다. 상실을 경험하고 그다음을 모색할 때 아이는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게 된다. 그런데 요즘처럼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이'자라다보면 어른이 되기 위해 필수적인 '상실을 경험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되고, 육체적 나이는 들지만 정신적 나이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어른아이 상태에 머무를 수도 있다.어른이 되도록 자극하는 사회적 심리적 압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아이들이 상실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되는 압력들이 존재했다.자녀들이 이의 없이 따르도록 만드는 가부장의 권위, 공동체의 규범, 사회 이념, 문화적 전통등은
어린 아이에게 자립을 촉구하는 문화적 기제로 작용했다. 하지만 나노화된 현대사회에서 모든 것은 개인의 선택과 개별 가정의 문제로 환원되며조금의 결핍도 없이 자녀를 키우고자 하는 부모들의 노력 속에 어린 자녀가 상실을 경험할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
상실의 압력이 존재하지 않는 환경에서 사람들은 따듯한 어머니의 품을 떠나지 않으려는 아이처럼 자신의 행복을 위협하는 어려움에 직면하지 않고 국면을 전환할 동력을 잃게 된다.